column

봄이 왔는가 하다가도 어김없이 꽃샘추위라는 것이 몰려온다. 벚꽃이 피기 시작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날씨가 심술을 부려 꽃잎을 얼려버린다. 한 달도 전의 일이지만 동경에 이상고온이 이어질 때 동네 가로수의 목련이 활짝 꽃을 피우기도 했다. ‘저런, 아직도 날씨가 많이 추워야 진짜 봄이 올 텐데 저 꽃들을 어쩌나.’ 걱정을 하며 그 길을 지나갔다. 제때 피어난 꽃잎들이라도 날씨의 변덕 앞에서 괴롭힘을 당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반쯤 얼굴을 내밀기 시작하던 꽃잎들은 꽃샘추위에 그대로 얼어붙어 정지화면이 된 것만 같다. 공석진 시인은「때아닌 시샘 은빛 사시나무 위 눈치 없는 꽃망울은 몸서리치며 떨고 있다.」고 했다. 서둘러 봄옷으로 갈아입었다가 봄 감기를 앓은 적이 적지 않은 나로서는 꽃망울의 몸서리치던 낭패가 어떤 것인지 조금은 알 것 같다.

 

한편 미움받던 추위가 인기 많은 꽃을 시샘하는 것도 이해하지 못할 일은 아니다. 김옥진 시인은 그것에 대해서 ‘아양을 떤다’고 표현했다.「인사를 빠뜨려서 되돌아 왔나 아랫목 이불 속이 그리워졌나 3일만 묵겠다고 아양을 떤다 어차피 한 번은 떠나야 하는 걸 갔다가 나중에 다시 오면 되는 걸 미적미적 하다가 막차 놓칠라」얼마간 시샘을 하고 나면 추위야 붙잡아도 가시겠지만, 봄비라는 손님은 다시 꽃잎을 때려 바닥에 붙여놓을 것이고 봄바람은 덩달아 나무를 흔들고 갈 것이다. 꽃잎은 이래저래 수난이다. 동경은 29일이 만개라고 하는데 어김없이 28일에 비 소식이 있는 것을 보니 꽃샘은 인간의 시샘만큼이나 성실하다.

 

김광석의 노랫말이 생각난다.「꽃 피기는 쉬워도 아름답긴 어려워라」부치지 못한 편지는 정호승 시인의 시였다. 꽃은 피지만 꽃이 아름다우려면 시들지 말아야 할텐데, 가지에서 떨어져 나간 연하디 연한 꽃잎들은 시들어 버린다. 어떤 선생은「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고 했지만 천 번 흔들려서 어른이 될 것이면 어른은 쉬운 일이다. 하루에 한번 3년 흔들리면 천 번인데 그것으로 어른이 될까. 꽃은 때가 되어 저절로 피는 것이 아닌가 보다. 장관이 된 어떤 시인은「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고 했다. 그래, 꽃 중에 시샘 받지 않고 흔들리지 않는 꽃은 없을 것이다. 아름다우려면 꽃을 시샘하는 추위에도, 불어오는 비바람에도 견뎌야 하겠지.

 

유월절 그 잔인하도록 아름다운 봄에 예루살렘은 꽃샘추위를 맞았다. 세상은 춥고 어두웠고 예수님의 육체는 뜨거운 피가 빠져나가 사시나무 꽃망울처럼 떨었을 것이다. 십자가에서 다 이루었다고 하신 그 순간, 영화 「패션 오브 클라이스트」에서 묘사한 것처럼 시샘하는 것들은 추락하여 그 힘을 잃어버렸다.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내려오지 않았으니까. 3일을 지내고 나면 꽃샘추위 없는 참 봄의 부활이 올 것이다. 부활절은 매년 돌아오지만, 부활의 믿음이 아름다우려면 꽃 피우기를 시샘하는 때아닌 떨림에도, 흔들고 유혹하는 비바람에도 견뎌야 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