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T

전도서 10:1~11
10:1 죽은 파리가 향기름으로 악취가 나게 하는 것 같이 적은 우매가 지혜와 존귀로 패하게 하느니라
10:2 지혜자의 마음은 오른편에 있고 우매자의 마음은 왼편에 있느니라
10:3 우매자는 길에 행할 때에도 지혜가 결핍하여 각 사람에게 자기의 우매한 것을 말하느니라
10:4 주권자가 네게 분을 일으키거든 너는 네 자리를 떠나지 말라 공순이 큰 허물을 경하게 하느니라
10:5 내가 해 아래서 한 가지 폐단 곧 주권자에게서 나는 허물인듯한 것을 보았노니
10:6 우매자가 크게 높은 지위를 얻고 부자가 낮은 지위에 앉는도다
10:7 또 보았노니 종들은 말을 타고 방백들은 종처럼 땅에 걸어 다니는도다
10:8 함정을 파는 자는 거기 빠질 것이요 담을 허는 자는 뱀에게 물리리라
10:9 돌을 떠내는 자는 그로 인하여 상할 것이요 나무를 쪼개는 자는 그로 인하여 위험을 당하리라
10:10 무딘 철 연장 날을 갈지 아니하면 힘이 더 드느니라 오직 지혜는 성공하기에 유익하니라
10:11 방술을 베풀기 전에 뱀에게 물렸으면 술객은 무용하니라

 

흰색 물감에 검은색 물감 한 방울을 떨어뜨리고 휘저으면 검은색 물감이 띠가 되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오다가 기어기 흰색 전체를 회색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한 방울 들어간 이상 순수는 사라집니다. 순백을 유지하고 싶었다면 휘저어 섞을 것이 아니라 스푼으로 덜어냈어야 합니다. 오늘 본문에 「향유에 파리 한 마리 빠져 죽었는데 그것이 결국 향유를 다 섞게 만든다」고 했습니다.

 

종교개혁 이전에 어리석어진 교회에서 「성수에 파리가 빠져 죽었다면 성수가 오염된 것인가, 파리가 성화 된 것인가」라는 웃지 못할 논쟁을 했던 기록이 있습니다. 솔로몬의 글을 읽고 보니 파리가 향유에 빠져 죽었다고 해서 향기로워진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적은 우매가 지혜와 존귀로 패하게 한다」고 했습니다. 한 점 어리석음이 모든 것을 다 수포로 만들어 버립니다. 그러고 보면 조심한다고 되는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지혜는 흉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결정적일 때 우매자는 우매를 내고 지혜자는 지혜를 낼 것입니다.

「주권자가 네게 분을 일으키거든 너는 네 자리를 떠나지 말라 공순이 큰 허물을 경하게 하느니라 4」 우매와 지혜의 총론에서 4절은 각론으로 들어갑니다.「공순하다」는「침착하다, 가만히 있다」는 말입니다. 윗사람이 자신에게 부당하게 하면 가만히 기다리며 그 위기를 넘어가라는 말입니다. 공순이라는 의미를 찾기 위해 다른 번역을 찾아보았더니 한국어 현대인의 성경에서는 「웃사람이 너에게 화를 내어도 너는 사표를 제출하지 말아라.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으면 큰 잘못도 용서받을 수 있다」고 번역했더군요. 사표라는 표현까지는 지나친 의역인 것 같습니다만 어쨌든 의미는 전달된 것 같습니다. 그러나 모든 경우에 무조건 참으라는 말은 아닐 것입니다. 언제 인내하고 언제 결단해야 하는지는 감정이 아니라 이성의 사리 분별과 성경적 가치관이 해야 할 일입니다. 부당함을 참아내는 소극적 인내까지를 최선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힘들겠지만 적극적으로 섬기는 아부까지 해보아야 최선입니다.

 

어리석음이 대세가 되면 우매가 지혜를 놀리고 지배하려 할 것입니다. 어리석은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 사람들은 목소리도 큽니다. 무지한 사람들이 윗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부조리를 행하기 시작하고 유능한 사람에게는 기회가 오지 않고 처세에 빠른 사람들이 이깁니다. 종들이 주인인 척하고 주인은 종처럼 살아갑니다. 어이없게도 많은 사람들은 목소리 큰 무지한들을 추종합니다. 그 어리석은 열심에 대한 솔로몬의 표현은 마치 몸 개그의 한 장면을 연상하게 합니다. 함정을 팠는데 자기가 빠지고 돌을 던졌는데 자기가 맞고 나무를 팼는데 자기 발등을 찍습니다.

 

「무딘 철 연장 날을 갈지 아니하면 힘이 더 드느니라 오직 지혜는 성공하기에 유익하니라 10」 누구를 의지하겠습니까? 지혜는 칼날을 세우듯 갈고 닦는 것입니다. 지혜 있는 말을 찾아다녀 보아도 그것은 내 지혜가 아닙니다. 자기가 생각하고 고민하여 자신의 지혜의 날을 세워야 합니다. 지혜는 흉내 내는 것이 아니고 자기 안에 내재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멀쩡하던 사람이 실수하는 것은 지혜가 내재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고 실수하지 않고 지킬 것을 지켜내는 것은 일관된 가치관이라는 지혜가 있기 때문입니다. 솔로몬은 그것이 성공의 조건이라고 말합니다. 어리석은 자들의 시끄러운 세상에서 지혜 있는 사람들이 많이 성공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