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T

베드로전서 2:9-11

2:9 그러나 너희는 택하신 족속이요 왕 같은 제사장들이요 거룩한 나라요 그의 소유가 된 백성이니 이는 너희를 어두운 데서 불러 내어 그의 기이한 빛에 들어가게 하신 이의 아름다운 덕을 선포하게 하려 하심이라

2:10 너희가 전에는 백성이 아니더니 이제는 하나님의 백성이요 전에는 긍휼을 얻지 못하였더니 이제는 긍휼을 얻은 자니라

2:11 사랑하는 자들아 거류민과 나그네 같은 너희를 권하노니 영혼을 거슬러 싸우는 육체의 정욕을 제어하라

 일본에 온 지 약 5개월 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눈에 보이는 풍경과 주위의 사람들, 사용하는 언어까지 모든 것이 낯설고 새롭던 일상이, 반년도 채 지나지 않아 익숙한 일상이 되어버린 것 같다. 

 

 일본어 강의노트가 도저히 눈에 들어오지 않아 필사적으로 손가락까지 동원하며 강의노트를 쫓아가고, 그럼에도 따라가지 못했던 부분들을 방에서 마무리하기에 바빠, 하루 하나의 수업도 버겁던 첫 학기를 지나자, 주위 친구들이 걱정하며 말릴 정도로 수업을 채워 넣었음에도 두 번째 학기의 시작은 아직 즐겁기만 하다.

 

 익숙해진다는 것은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주신 놀라운 능력인 것 같다. 여전히 한 구절 씩 돌아가며 책을 읽는 순간은 두렵지만, 간단한 대화를 위한 일본어 한마디를 하면서도 긴장하며 식은 땀이 나던 모습은 사라지고, 조금만 입이 쉬어도 심심해서 대화 상대를 찾거나 일본어로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나의 모습을 보면, 그 놀라움을 느끼게 된다.

 

 그렇기에 점차 두려워 지는 것은, 지금에 익숙해져 더 이상 전진하지 않고, 머무는 것. 오히려 후퇴하는 것이다. 필사적으로 교과서에 후리가나를 써 가며 예습 복습하던 첫 학기의 모습을 잃어버리지는 않을까. 최대한 일본어에 익숙해지기 위해 가능한 한 한국어를 멀리하며 일본어를 공부하던 모습을 잃어버리지는 않을까.

 

 신앙의 여정은 더 심각할지도 모른다. 하나님의 소유이자 백성, 긍휼을 얻은 자로 이 세상에 거류민과 나그네로서 보내졌음에도, 마치 이 세상에 영원히 거주할 것처럼 살아가고 있지는 않을까. 이 세상의 사상과 문화에 익숙해져 버린 것은 아닐까. 선포해야 할 하나님의 아름다운 덕을 잊어버린 것은 아닐까.

 

 지금의 내가 익숙해진 곳은 어디일까. 욕심과 쾌락이 가득한 이 세상의 안일까, 많은 의의 열매를 맺게 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안일까. 당장은 낯설고 힘들지라도 하루하루를 거듭하여 예수 그리스도 안에 머무는 것이 익숙해지고 편해지는, 하나님이 주신 ‘익숙함’ 이라는 놀라운 축복을 올바르게 누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