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T

마가복음 14:43~52
14:43 말씀하실 때에 곧 열 둘 중의 하나인 유다가 왔는데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과 장로들에게서 파송된 무리가 검과 몽치를 가지고 그와 함께 하였더라
14:44 예수를 파는 자가 이미 그들과 군호를 짜 가로되 내가 입맞추는 자가 그이니 그를 잡아 단단히 끌어가라 하였는지라
14:45 이에 와서 곧 예수께 나아와 랍비여 하고 입을 맞추니
14:46 저희가 예수께 손을 대어 잡거늘
14:47 곁에 섰는 자 중에 한 사람이 검을 빼어 대제사장의 종을 쳐 그 귀를 떨어뜨리니라
14:48 예수께서 무리에게 말씀하여 가라사대 너희가 강도를 잡는 것 같이 검과 몽치를 가지고 나를 잡으러 나왔느냐
14:49 내가 날마다 너희와 함께 성전에 있어서 가르쳤으되 너희가 나를 잡지 아니하였도다 그러나 이는 성경을 이루려 함이니라 하시더라
14:50 제자들이 다 예수를 버리고 도망하니라
14:51 한 청년이 벗은 몸에 베 홑이불을 두르고 예수를 따라오다가 무리에게 잡히매
14:52 베 홑이불을 버리고 벗은 몸으로 도망하니라

 

〈그리스도의 체포〉(Taking of Christ)는 카라바조의 1602년 작품입니다. 카라바조는 화면을 극단적인 명암으로 배경을 어둡게 처리하고 인물을 부각시키는 테네브리즘 (tenebrism) 이라는 기법을 사용했습니다. 〈그리스도의 체포〉에서도 일곱 명의 등장인물이 어둠 속에서 고개를 내밀고 등장합니다. 작품의 가장 왼쪽에 있는 사람은 요한입니다. 요한은 놀라서 도망가고 있고 예수님은 몸을 약간 뒤로 젖힌 채 슬픈 표정을 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을 붙들고 입맞춤을 하고 있는 것은 가룟 유다입니다. 예수님은 도망가는 제자와 배신하는 제자 사이에서 슬픈 표정으로 끼어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의지할 것이 없이 그저 왼손과 오른손을 서로 움켜잡고 있습니다. 어제 본문에서는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의지하고 싶었으나 제자들은 잠만 자고 있었던 것에 대해서 읽었습니다만, 예수님에게 위기가 다가오자, 적극적으로 배신하고 도망가기 시작합니다. 그 틈바구니에서 예수님은 눈 둘 곳을 몰라 눈을 감았고, 손잡아 줄 사람, 움켜쥘 무언가를 찾지 못하고 서로 맞잡아 깍지를 끼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사명은 고독인가 봅니다. 예수님의 편에 서는 사람이 있을까요? 있을 리가 없습니다. 있을 수도 없습니다. 그것은 불가능합니다. 십자가는 오직 예수님 한 분만이 외롭게 지고 가야 하는 일입니다. 모든 사람은 그 십자가의 밑에서만 구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 후에야 자기 십자가를 질 수 있을 것입니다. 도망가는 것이 섭섭하고 예수님은 고독해 보이지만 그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십자가는 인간의 죄에 대한 하나님의 대책이고, 죄가 없는 인간은 아무도 없기에 하나님은 아들을 보내신 것입니다.

 

요한의 손은 살려달라며 허공을 할퀴고 있고, 예수님을 팔려는 유다의 손은 집게처럼 예수님을 붙들고 있습니다. 그의 왼팔이 비정상적으로 짧아 보이지만, 그래서인지 왼손은 더욱 힘이 들어간 상태로 예수님의 오른쪽 어깨를 움켜잡고 있습니다. 로마 군병이 예수님에게 손을 대고 있지만 힘은 없어 보입니다. 육중하고 날카로운 금속 갑옷이 빛나고 있지만 살기나 투지가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그들은 보내서 온 것뿐이니까요. 군병들은 이 이야기에 동참하고 싶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군병들 사이로 또 하나의 손이 보입니다. 등불을 들고 있는 손입니다. 제자들 중에 한 사람일까요? 그는 무슨 이유로 군병들 사이에서 불을 밝혀주고 있는 것일까요? 등불을 들고 있던 사람의 손은 마치 그림을 그리고 있는 화가의 손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위치도 이 그림 전체를 묘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카라바조는 작품 안에 자신을 넣어서 자신의 신앙적 내면을 표현하던 작가입니다. 등불을 든 손은 카라바조 본인일 것입니다. 그는 군병들이 예수님을 잡을 수 있도록 불을 밝혀 비추어 주고 있습니다. 어쩌면 자신을 유다의 조력자로 표현했는지도 모릅니다. 좀 더 큰 시야에서 본다면 예수님의 두려움, 유다의 적극적인 배신, 제자들의 소극적인 배신도 하나님의 구원 사역을 막지 못하는 각각의 퍼즐 조각입니다. 카라바조는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차마 예수님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는 못하지만 그리스도의 체포 사건에 등불을 밝히고 있습니다. 십자가가 실패해서는 안 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