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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는 의학적으로 정신적 외상이라는 의미로 주로 사용된다. 프로이트 정신분석의 기본적인 사상이며 프로이트에 따르면 현재는 과거의 상처가 만들어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근년 일본과 한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된『미움받을 용기』는 아들러라는 심리학자를 소개하고 있다. 아들러는 프로이트의 트라우마를 전면적으로 부정한다. 과거의 상처가 사람을 지배한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과거의 상처의 기억이 아니라 현재의 목적이라고 말한다. 과거의 상처는 사람마다 다르고 그 깊이가 다 달라서 일률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것이다 아니다를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그것이 인간의 미래를 지배한다는 것은 인정하고 싶지 않다. 트라우마라는 말을 빈번히 쓰는 사람의 특징은 과거에게 현재의 책임을 전가한다. 사람은 트라우마 때문에 바뀌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바뀌지 않겠다고 결심할 뿐이다. 트라우마라는 말로 그것을 합리화한다. 아들러는 우리가 행복을 실감하고 살고 있지 못한다면 그것은 상처가 많거나 능력이 없거나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용기’가 없어서라고 말한다. 그래서 아들러 심리학을 ‘용기의 심리학’이라고 부른다. 책 제목은 미움받을 용기인데 그렇다면 어떤 미움을 받기 위해 용기를 내자는 것일까. 책은 철학자와 청년의 대화형식으로 되어있다. 저자가 말하려고 하는 몇 가지 용기 중에 하나의 부분을 소개해보자.

철학자: 여행객들이 북극성에 의지해 길을 나서듯 우리 인생에도 ‘길잡이 별’이 필요하네. 그것이 아들러 심리학의 사고방식이지. 그 별은 잃어버려서는 안 되는 지침이자, 이 방향으로 쭉 가다 보면 행복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믿음을 주는 절대적인 이상향이라네.
청년:그 별은 어디에 있습니까?
철학자:타자공헌에 있네
청년: ……타자공헌!
철학자:자네가 어떠한 찰나를 보내더라도, 설령 자네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더라도 ‘타인에게 공헌한다’는 길잡이 별만 놓치지 않는다면 해맬 일도 없고 뭘 해도 상관없어. 나를 싫어하는 사람에게 미움을 받으며 자유롭게 살면 되네.

타자공헌이란 트라우마와는 방향성이 전혀 다르다. 자기지향에게서 타인지향으로 관심이 바뀌고 과거에서 현재로 주제가 바뀐다. 아들러는 공동체와 공헌이라는 단어를 무척 많이 사용한다. 다만 타자에게 공헌하지만 그것이 다른 사람의 인정이나 평가를 위한 것이어서는 안된다. 자기가 아닌 타자를 위한 심리학, 사람을 의식하지 않는 이 심리학은 종교에 가까운 이야기를 한다. 진리는 통한다. 그래서 이 심리학의 결론은 타자를 위한 사랑이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에게 미움을 받으며 자유롭게 살면 되네.” 이 말은 이웃을 사랑하되 사람이 아닌 하나님을 의식하며 살기를 바라는 우리의 신앙의 언어로 바꾸어도 본질이 훼손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