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왕기상 19:1~10
19:1 아합이 엘리야의 무릇 행한일과 그가 어떻게 모든 선지자를 칼로 죽인 것을 이세벨에게 고하니
19:2 이세벨이 사자를 엘리야에게 보내어 이르되 내가 내일 이맘때에는 정녕 네 생명으로 저 사람들 중 한 사람의 생명 같게 하리라 아니하면 신들이 내게 벌 위에 벌을 내림이 마땅하니라 한지라
19:3 저가 이 형편을 보고 일어나 그 생명을 위하여 도망하여 유다에 속한 브엘세바에 이르러 자기의 사환을 그 곳에 머물게 하고
19:4 스스로 광야로 들어가 하룻길쯤 행하고 한 로뎀나무 아래 앉아서 죽기를 구하여 가로되 여호와여 넉넉하오니 지금 내 생명을 취하옵소서 나는 내 열조보다 낫지 못하니이다 하고
19:5 로뎀나무 아래 누워 자더니 천사가 어루만지며 이르되 일어나서 먹으라 하는지라
19:6 본즉 머리맡에 숯불에 구운 떡과 한 병 물이 있더라 이에 먹고 마시고 다시 누웠더니
19:7 여호와의 사자가 또 다시 와서 어루만지며 이르되 일어나서 먹으라 네가 길을 이기지 못할까 하노라 하는지라
19:8 이에 일어나 먹고 마시고 그 식물의 힘을 의지하여 사십주 사십 야를 행하여 하나님의 산 호렙에 이르니라
19:9 엘리야가 그곳 굴에 들어가 거기서 유하더니 여호와의 말씀이 저에게 임하여 이르시되 엘리야야 네가 어찌하여 여기 있느냐
19:10 저가 대답하되 내가 만군의 하나님 여호와를 위하여 열심이 특심하오니 이는 이스라엘 자손이 주의 언약을 버리고 주의 단을 헐며 칼로 주의 선지자들을 죽였음이오며 오직 나만 남았거늘 저희가 내 생명을 찾아 취하려 하나이다
주말에 성령강림 주일을 지내는 동안 큐티의 본문에서는 엘리야가 혼자서 바알과 아세라 선지자 850명을 박살 냈습니다. 엘리야는 갈멜산에서 바알을 전멸시킨 후에 기도하여 이스라엘을 가뭄에서 해갈했습니다. 명실상부 영웅입니다. 이에 약이 오른 바알의 여자 이세벨은 엘리야를 죽이려고 하고 엘리야는 도망가야 했습니다. 브엘세바를 지나면 네게브 광야입니다. 광야는 무서운 곳입니다. 낮에는 말라 죽고 밤에는 얼어 죽는 곳입니다. 엘리야는 광야로 들어가 로뎀나무 한 그루를 발견하고 그 밑으로 들어갑니다. 로뎀나무란 근사한 그늘을 만들어주는 큰 나무가 아니고 사막 가운데 싸리 빗자루 거꾸로 꽂아 둔 것 같은 작은 관목입니다. 겨우 태양을 피해 반대편에 웅크리고 누웠을 것입니다. 잠들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지구의 자전 속도에 따라 조금씩 나무를 등지고 돌아야 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하나님에게 죽여달라고 기도합니다. 엘리야의 상태가 사뭇 심각해 보입니다. 이것을 남의 이야기, 옛날 이야기, 꾸며낸 이야기로 듣지 않는다면 우리는 엘리야를 이해할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 많은 동료들이 죽었고 자기 손으로 그 많은 대적들을 죽였으니 그 폭력의 트라우마가 얼마나 컸겠습니까? 이겼다지만 850명 죽이는 일은 보통 일이겠습니까? 전쟁에 진 군인은 죽겠지만 이긴 사람은 그날의 고통을 기억하며 살아갑니다. 날은 뜨겁고 먹을 것도 마실 것도 없습니다. 엘리야는 스스로 죽으려고 들어간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천사를 보내주셔서 숯불에 구운 빵과 물을 주어 먹게 하십니다. 천사는 올 때마다 엘리야를 먼저 토닥토닥 어루만져 줍니다.
다시 일어난 엘리야는 40일을 행군하여 호렙산 한 굴에 들어가 은둔합니다. 광야에서 말라 죽고 굶어 죽지 않았으니 다행이지만, 동굴에 숨어 사는 엘리야가 불쌍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엘리야의 삶은 그랬습니다. 까마귀가 물어다 주는 것을 먹고, 가난한 과부 집에서 얻어먹고, 작은 나무 밑에 죽으려 하고, 천사의 떡을 먹고, 물을 마시고, 동굴에 숨어 지냅니다. 부름받은 엘리야의 인생이 안락하지는 않습니다. 더구나 그는 지금은 많이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엘리야의 영웅담은 본인에게 고통입니다. 그도 위로 받아야 하는 작은 사람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성경에서 갈멜산의 엘리야처럼 신적이고 영웅적인 위용을 만날 때보다 로뎀나무나 호렙산의 동굴에서 만나는 엘리야가 더 좋습니다. 인간의 연약함을 만날 때마다 성경이 진실인 것 같고, 나도 비집고 들어갈 틈이 있는 것 같아서 반갑습니다.
십자가에 달린 예수님이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라고 호소하던 때에 사람들은 그 발음이 비슷하다 하여 저가 엘리아를 부른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고는 엘리아가 와서 저를 구원하는지 두고
보자고 했습니다. 아마도 엘리야가 회오리바람을 타고 하늘로 끌려 올라갔던 이야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갈멜산의 영웅 엘리야도 로뎀나무 아래서, 또 호렙산 동굴 안에서 두려움과 불안으로 다리가 풀렸습니다. 인간 예수는 십자가에 못 박힌 고통과 하나님과의 단절로 몸부림쳤고 겟세마네의 동산에서는 죽음의 공포로 불안해했습니다. 그러나 겟세마네에서 일어나 꾸역꾸역 골고다로 걸어가는 인간 예수를 통해서, 그리고 로뎀나무에서 일어나 호렙으로 꾸역꾸역 걸어가는 엘리야를 통해서 하나님의 계획은 꾸역꾸역 진행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