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24:54~67
24:54 이에 그들 곧 종과 종자들이 먹고 마시고 유숙하고 아침에 일어나서 그가 가로되 나를 보내어 내 주인에게로 돌아가게 하소서
24:55 리브가의 오라비와 그 어미가 가로되 소녀로 며칠을 적어도 열흘을 우리와 함께 있게 하라 그 후에 그가 갈 것이니라
24:56 그 사람이 그들에게 이르되 나를 만류치 마소서 여호와께서 내게 형통한 길을 주셨으니 나를 보내어 내 주인에게로 돌아가게 하소서
24:57 그들이 가로되 우리가 소녀를 불러 그에게 물으리라 하고
24:58 리브가를 불러 그에게 이르되 네가 이 사람과 함께 가려느냐 그가 대답하되 가겠나이다
24:59 그들이 그 누이 리브가와 그의 유모와 아브라함의 종과 종자들을 보내며
24:60 리브가에게 축복하여 가로되 우리 누이여 너는 천만인의 어미가 될지어다 네 씨로 그 원수의 성문을 얻게 할지어다
24:61 리브가가 일어나 비자와 함께 약대를 타고 그 사람을 따라가니 종이 리브가를 데리고 가니라
24:62 때에 이삭이 브엘 라해로이에서 왔으니 그가 남방에 거하였었음이라
24:63 이삭이 저물 때에 들에 나가 묵상하다가 눈을 들어 보매 약대들이 오더라
24:64 리브가가 눈을 들어 이삭을 바라보고 약대에서 내려
24:65 종에게 말하되 들에서 배회하다가 우리에게로 마주 오는 자가 누구뇨 종이 가로되 이는 내 주인이니이다 리브가가 면박을 취하여 스스로 가리우더라
24:66 종이 그 행한 일을 다 이삭에게 고하매
24:67 이삭이 리브가를 인도하여 모친 사라의 장막으로 들이고 그를 취하여 아내를 삼고 사랑하였으니 이삭이 모친 상사 후에 위로를 얻었더라
리브가를 먼 곳으로 시집보내기로 했으니 가족들은 며칠을 두고 석별의 정을 나누려고 했지만 엘리에셀은 당장 떠나야 한다고 말합니다. 준비되지 않은 가족들은 딩황스러웠으나 당사자인 리브가가 따라가겠다고 했으므로 일행은 서둘러 길을 떠났습니다.
이별은 짧을수록 좋습니다. 라반이 여동생 리브가를 축복했던 말과 같이 새로운 삶의 도전 앞에서 뒤를 돌아보아 발목이 붙잡혀서는 안 됩니다. 쇠뿔을 단김에 빼는 추진력 좋은 엘리에셀 덕분에 시간활용이 좋습니다. 그는 오직 기다리고 있을 주인에게 한시라도 빨리 가고 싶은 생각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한편 이별의 고통이 길어서 슬픈 사람이 있습니다. 이삭입니다. 오늘 본문에 이삭이 어머니 사라가 죽은 후에 슬퍼하다가 리브가와 결혼하고 위로를 얻었다고 했는데 사실 사라가 죽은 것은 벌써 3년 전의 일입니다. 그러나 이삭은 아직 그 상실에서 벗어나오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리브가는 이삭에게는 은인 같은 사람입니다.
오늘 본문에 이삭이 들에 나와서 묵상하다가 리브가를 만났다고 전하고 있는데 이삭이 큐티 책을 들고나와서 묵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여기에 쓰인 묵상이라는 말의 번역이 시대마다 번역본마다 다양합니다. 번역이 다양하다는 말은 고대어 원형의 의미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묵상, 명상이라고 하기도 하고 산책이라고 번역하기도 합니다. 성경은 분명히 이삭이 묵상하고 있었다고 했고 그것을 본 리브가는 이삭이 배회하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누구 말이 맞을까요?
추측입니다만 고대 히브리어의 묵상(ָ수아흐 שׂוּחַ)이라는 말에 배회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두리번거리며 배회하는 것 안에 묵상이라는 뜻이 있었던 것입니다. 성경 묵상이라는 것도 텍스트와 컨텍스트 사이를 헤매고 다니는 일이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방황 중이던 이삭은 리브가를 통해서 안정을 찾았습니다. 엘리에셀이 그토록 서두른 이유가 무엇인지 이제 알 것 같습니다. 이삭은 어머니를 잃고 우울증과 같은 마음의 병을 앓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브라함도 엘리에셀로 이삭의 결혼문제를 힘있게 추진했던 것입니다.
하나님의 약속이 이루어지고 있는 때에도 사랑하는 사람은 늙고 병들고 죽고 자녀는 바람 잘 날이 없습니다. 우리의 일상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 안에 하나님의 약속이 있고 그 안에 하나님의 일이 있고 하나님의 나라가 있습니다.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약속하신 후에 이미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만 하나님은 그 약속을 이루시기 위해 이제 2번 타자를 세우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