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고맙다는 말도 못 했는데】 20200915
숲 사이로 난 자전거 길을 달렸다. 나무들이 만든 터널을 지날 때 살랑거리는 잎새들은 판화를 찍어내듯 길 위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나뭇잎이 만드는 그늘을 일본어로 木洩れ日(こもれび, 코모레비)라고 한다. 그러나 말뜻을 따져보면 코모레비의 주인공은 나뭇잎이 아니고 나뭇잎 사이로 비친 햇살이다. 木陰(こかげ,코카게)라는 말도 있긴 하지만 나뭇잎을 주인공으로 하는 말은 아니다. 뜨거운 여름 동안 햇살보다는 나뭇잎에게 정이 더 많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