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간이 나쁘지 않다. 원래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니까. 고독을 좋아하는 거지. 그렇다고 그것이 외롭지 않은 것은 아니다. 여기 온 날부터 아내와 아이들이 보고 싶었으니까. 희한한 건데 그리움은 대부분 미안함으로 바뀌더군. 미안해서 그리운 거야. 그리워서 외로운 거라고.
그러고 보니 생각이 났다. 내 부모는 어땠을까… 누나가 결혼해서 서울로 가던 해에 동생은 군대에 갔고 나는 유학을 떠났다. 남의 나라에서 박치기하고 사느라 부모 생각을 못 했다. 내가 그렇듯이 엄마도 아들이 보고 싶었을 거야. 그래도 부모는 오라는 소리 잘 안 한다. 언젠가 4년 만에 왔더니 대문간에서 우시더군.
아버지는 3년 전에 돌아가셨다. 아버지가 없는 집은 외로웠겠지. 어젯밤에는 바람이 많이 불었는데 무서웠다. 엄마는 여기서 늘 혼자였다. 세상은 다 변했지만 우리 집은 그대로다. 구석구석 고장이 나 있을 뿐이다. 나는 맞춤 가구를 만들 수 있다고 자랑했지만 나의 엄마는 내려앉은 마루에 찌그러진 컬러박스를 쓰고 있었다.
시간이 많이 지나갔다. 그것은 원망이기도 하고 위로이기도 했다. 내가 스무 살 때도 엄마는 지금의 나보다 젊었다. 내 기억은 거기서 멈추어 있다. 엄마는 건강한 동네 아줌마일 뿐이야. 병든 할머니가 아니라는 말이지. 엄마는 항상 강한 줄만 알았다. 엄마가 젊었던 나의 스무 살 시절의 노래를 유튜브에게 부탁했다. 그리고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을 되돌아갔다. 기억이 되살아나더군. 그런데 추억을 소환해보니 미안한 것밖에 없었다. 인생에 자랑이 없다.
집 나가 돌아다니다가 와보니 아무도 없다. 혼자 격리하고 있다. 공간은 격리되지만 시간은 격리되지 않는다. 시간도 격리할 수 있으면 좋겠다. 시간은 흘러가고 시대는 어김없이 쌓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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