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복음 묵상 【저희가 큰 소리로 재촉하여】 20240327(수) 에다가와 사랑의교회 조용길 목사

누가복음 23:13~25
23:13 빌라도가 대제사장들과 관원들과 백성을 불러 모으고
23:14 이르되 너희가 이 사람을 백성을 미혹하는자라 하여 내게 끌어 왔도다 보라 내가 너희 앞에서 사실하였으되 너희의 고소하는일에 대하여 이 사람에게서 죄를 찾지 못하였고
23:15 헤롯이 또한 그렇게 하여 저를 우리에게 도로 보내었도다 보라 저의 행한 것은 죽일 일이 없느니라
23:16 그러므로 때려서 놓겠노라
23:17 (없 음)
23:18 무리가 일제히 소리질러 가로되 이 사람을 없이하고 바라바를 우리에게 놓아 주소서 하니
23:19 이 바라바는 성중에서 일어난 민란과 살인을 인하여 옥에 갇힌 자러라
23:20 빌라도는 예수를 놓고자 하여 다시 저희에게 말하되
23:21 저희는 소리질러 가로되 저를 십자가에 못박게 하소서 십자가에 못박게 하소서 하는지라
23:22 빌라도가 세번째 말하되 이 사람이 무슨 악한 일을 하였느냐 나는 그 죽일 죄를 찾지 못하였나니 때려서 놓으리라 한대
23:23 저희가 큰 소리로 재촉하여 십자가에 못 박기를 구하니 저희의 소리가 이긴지라
23:24 이에 빌라도가 저희의 구하는대로 하기를 언도하고
23:25 저희의 구하는 자 곧 민란과 살인을 인하여 옥에 갇힌 자를 놓고 예수를 넘겨주어 저희 뜻대로 하게 하니라

빌라도는 예수님 사건을 취조한 후에 예수님에게 죄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대제사장과 유대 종교에 동원된 백성들은 막무가내로 예수님을 죽여야 한다며 빌라도에게 정치적인 압력을 행사했습니다. 유대인들이 예수님을 정치적 영웅으로 기대했었다는 것을 알고 있고 정치의 세계에서 배신이라는 것은 이상하지도 않는 상식이라는 것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소리치고 있습니다. 빌라도는 옳고 그름을 모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정치적인 영향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그의 태도는 일관되게 우유부단합니다. 빌라도는 한발 양보하여 유월절에 죄수 한 명을 특별 석방하는 관례로 예수님을 석방하려고 했지만, 화난 군중들은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아 죽이고 바라바를 놓아주라고 더욱 큰 소리로 외치고 있습니다.

여기서도 우리의 묵상의 주제는 빌라도의 무책임과 군중의 광기에 대한 비난이 아닙니다. 사회적이고 도덕적인 의미에서 빌라도를 옹호할 수 없고, 죄 없는 예수님을 죽이라고 외치고 있는 군중을 이해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도 영적인 의미를 겹쳐서 중의적으로 해석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혹시 빌라도가 유대 사회의 소요라는 정치적 리스크를 무릅쓰면서까지 예수님의 무죄를 고집한다면 십자가의 길은 막혀버릴 것입니다. 빌라도가 예수님의 행위에 죄가 없다고 판단한 것은 진실이지만 영적인 의미로는 십자가에 달릴 인간 예수의 존재 안에는 모든 죄인에 의해 전가되어 들어온 죄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십자가 앞에 선 인간 예수의 육체는 죄로 물들어 있습니다.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고함을 지르고 있는 인간들은 간악하고 어리석은 사람들인 것이 진실이지만 여기에도 영적인 의미를 겹쳐본다면 그들은 지금 목청껏 하나님의 뜻인 십자가의 완성을 재촉하고 있는 것입니다.

십자가는 하나님의 뜻입니다. 하나님은 모든 것을 사용하여 예수님을 십자가 앞으로 끌고 가고 계십니다. 역설적이지만 십자가는 선한 의도가 모여서 이루어가는 것이 아닙니다. 도덕적 판단 안에서 이루어지는 일도 아닙니다. 비겁하고 포악한 것들의 위선과 탐욕과 거짓의 동기가 각각의 퍼즐이 되어 십자가를 끌고 가고 있습니다. 십자가는 거룩하고 경건한 순종의 사람들에 의해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아닙니까? 아닙니다. 본래 십자가의 목적부터가 거짓되고 악한 사람을 구원하기 위한 것입니다. 하나님이 십자가를 통해서 구원하시려고 하는 대상은 선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예수님은 죄인을 부르러 오셨습니다. 십자가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걸었던 사도요한의 마음이 와서 닿았습니다. 예수님의 수난은 클라이막스로 한 발 더 다가갔습니다. 멀리서 그저 예수님의 고통이 빨리 끝나기를 바라보고 있을 뿐입니다. 다들 고난주간에 십자가의 고통을 묵상한다고 하지만 고통은 나의 것이 아닙니다. 그리스도가 나 대신에 고통받은 것입니다. 내가 받은 것은 고통이 아니고 구원입니다. 고통이 아닌 구원을 더욱 묵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