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계시록 17:1~6
17:1 또 일곱 대접을 가진 일곱 천사 중 하나가 와서 내게 말하여 가로되 이리 오라 많은 물 위에 앉은 큰 음녀의 받을 심판을 네게 보이리라
17:2 땅의 임금들도 그로 더불어 음행하였고 땅에 거하는 자들도 그 음행의 포도주에 취하였다 하고
17:3 곧 성령으로 나를 데리고 광야로 가니라 내가 보니 여자가 붉은빛 짐승을 탔는데 그 짐승의 몸에 참람된 이름들이 가득하고 일곱 머리와 열 뿔이 있으며
17:4 그 여자는 자주빛과 붉은빛 옷을 입고 금과 보석과 진주로 꾸미고 손에 금잔을 가졌는데 가증한 물건과 그의 음행의 더러운것 들이 가득하더라
17:5 그 이마에 이름이 기록되었으니 비밀이라, 큰 바벨론이라, 땅의 음녀들과 가증한 것들의 어미라 하였더라
17:6 또 내가 보매 이 여자가 성도들의 피와 예수의 증인들의 피에 취한지라 내가 그 여자를 보고 기이히 여기고 크게 기이히 여기니
큰 음녀는 화려하게 치장하고 있지만 안으로는 가증한 것과 더러운 것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것은 타락한 종교를 말합니다. 그리고 짐승은 세속 권력을 말합니다. 큰 음녀가 짐승 위에 앉아 있다고 했으니 종교와 정치권력이 결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정치 권력이 종교적 정당성을 도구 삼으면 성도와 시민을 통제하고 폭압 할 수 있고 또한 종교가 정치권력의 맛을 보면 신앙의 순수성을 상실하고 권력을 이용한 이익 추구 집단으로 전락할 수 있습니다.
중세 유럽의 가톨릭교회는 종교적 권위뿐만 아니라 정치적 권력 또한 강력하게 행사했습니다. 그 때문에 교황권과 왕권의 결탁 또는 갈등이 멈추지 않았고, 종교 전쟁, 종교 재판, 성직 매매, 면죄부 등의 온갖 부조리가 거기서 나왔습니다. 이러한 교회의 권력 중독증상이 종교개혁을 초래했습니다. 종교개혁 이후에도 세속 권력이 개입한 교회의 분란은 그치지 않았고 미국 초기의 청교도 이주도 국가 종교의 박해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8세기 후반 프랑스 혁명, 미국의 독립을 지나오면서 입헌 민주주의에는 정교분리의 원칙이 분명해졌습니다. 정교분리는 종교가 국가를 지배하거나 국가가 종교를 강제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적 분리입니다. 기독교 국가를 말하면서 기독교 정신으로 정당을 설립하겠다는 종교인들이 있지만 그것은 순수한 기독교 신앙을 정치적으로 동원하여 세력화하려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것은 짐승 위에 올라탄 음녀가 가진 목적과 같은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은 민주시민으로 종교의 자유가 있는 사회를 추구하고, 그 위에 복음을 전하고, 자유의지에 의한 인격적 신앙을 소개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정교분리가 교회와 성도의 정치 참여를 제한하는 것은 아닙니다. 교회와 성도의 표현의 자유와 정치 참여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습니다. 성도는 모든 시민과 마찬가지로 정치적 의견을 표명하고, 공적 문제에 참여할 권리를 보장받습니다. 오히려 교회에게는 보다 적극적인 사회적 책임이 주어져 있습니다. 다만 제도적 결합을 제한하는 것뿐입니다. 정치에 휘둘리는 교회가 되어서는 안 되고 종교를 이용하는 권력이 되어서도 안 됩니다. 타락한 음녀가 짐승 타고 돌아다니지 않도록 건강한 그리스도인은 책임 있는 민주시민으로 분별하고 견제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