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수기 33:38~56
33:38 이스라엘 자손이 애굽 땅에서 나온 지 사십 년 오월 일 일에 제사장 아론이 여호와의 명으로 호르산에 올라가 거기서 죽었으니
33:39 아론이 호르산에서 죽던 때에 나이 일백 이십 삼 세이었더라
33:40 가나안 땅 남방에 거한 가나안 사람 아랏 왕이 이스라엘의 옴을 들었더라
33:41 그들이 호르산에서 발행하여 살모나에 진쳤고
33:42 살모나에서 발행하여 부논에 진쳤고
33:43 부논에서 발행하여 오봇에 진쳤고
33:44 오봇에서 발행하여 모압 변경 이예아바림에 진쳤고
33:45 이임에서 발행하여 디본갓에 진쳤고
33:46 디본갓에서 발행하여 알몬디블라다임에 진쳤고
33:47 알몬디블라다임에서 발행하여 느보 앞 아바림 산에 진쳤고
33:48 아바림산에서 발행하여 여리고 맞은편 요단 가 모압 평지에 진쳤으니
33:49 요단 가 모압 평지의 진이 벧여시못에서부터 아벨싯딤에 미쳤었더라
33:50 여리고 맞은편 요단 가 모압 평지에서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일러 가라사대
33:51 이스라엘 자손에게 말하여 그들에게 이르라 너희가 요단을 건너 가나안 땅에 들어가거든
33:52 그 땅 거민을 너희 앞에서 다 몰아내고 그 새긴 석상과 부어 만든 우상을 다 파멸하며 산당을 다 훼파하고
33:53 그 땅을 취하여 거기 거하라 내가 그 땅을 너희 산업으로 너희에게 주었음이라
33:54 너희의 가족을 따라서 그 땅을 제비뽑아 나눌 것이니 수가 많으면 많은 기업을 주고 적으면 적은 기업을 주되 각기 제비뽑힌 대로 그 소유가 될 것인즉 너희 열조의 지파를 따라 기업을 얻을 것이니라
33:55 너희가 만일 그 땅 거민을 너희 앞에서 몰아내지 아니하면 너희의 남겨둔 자가 너희의 눈에 가시와 너희의 옆구리에 찌르는 것이 되어 너희 거하는 땅에서 너희를 괴롭게 할 것이요
33:56 나는 그들에게 행하기로 생각한 것을 너희에게 행하리라
가나안에 살던 사람들을 전멸하라는 하나님의 명령은 오늘날 많은 사람에게 걸림돌이 된다. 사랑과 자비의 하나님께서 종족을 멸절하라고 명령하셨다는 사실을 도무지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말씀은 문자적 명령으로 읽히기보다, 하나님 없이 세워진 질서와 삶의 방식은 필연적으로 붕괴할 수밖에 없다는 존재의 원리 안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하나님 없는 세계는 결국 자기 파괴로 나아가게 되고, 그 세계 안에 하나님의 백성이 들어설 때는 반드시 정화가 요구된다. 하나님의 통치는 언제나 그러한 필연적 전환을 동반한다.
비록 이 정화는 사람을 죽이는 전쟁의 형식으로 계시되었지만, 본질은 다르다. 그것은 하나님이 거하실 수 있도록 삶의 구조와 방향이 철저히 전환되는 일이다. 구약이 보여주는 이 정화의 모형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온전히 성취되었다. 예수님은 칼로 세상을 정복하지 않으셨고, 오히려 자신을 내어주심으로 세상의 죄를 정화하신 분이시다. ‘전멸하라’는 하나님의 명령에 대한 오해는 십자가에서 그 의미가 뒤집힌다. 구약에서 전멸로 계시된 하나님의 거룩은, 예수 그리스도의 완전한 자기희생 안에서 참된 해석을 얻게 된다.
가나안에 들어간 이스라엘처럼,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한 사람은 이전과의 혼합을 허용할 수 없다. 어떤 타협된 가치도, 은밀한 우상도, 그분을 믿는 믿음과 함께 머물 수 없다. 그러므로 구약의 전멸 명령은 오늘 우리 내면의 우상과 타협을 향한 회개와 갱신의 촉구로 재해석되어야 한다. 이 본문을 문자적으로 적용하여 현대의 정치적 영토적 분쟁을 정당화하려는 시도는, 복음의 정신과 본질적으로 어긋난다. 그리스도는 사람을 죽이고 땅을 점령하러 오신 분이 아니라, 마음을 씻어내되 완전히 씻어내고, 그 안에 하나님의 나라를 심으러 오신 분이시다.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내 안의 가나안’을 완전히 씻어내는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만이 그 안에 살 수 있도록, 혼합 없이, 타협 없이, 남김없이 하나님에게로 전환하는 것, 오직 그분만이 주인 되게 하는 것,그것이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진정한 정화의 명령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