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 77:1~9
77:1 내가 내 음성으로 하나님께 부르짖으리니 하나님께 내 음성으로 부르짖으면 내게 귀를 기울이시리로다
77:2 나의 환난날에 내가 주를 찾았으며 밤에는 내 손을 들고 거두지 아니하였으며 내 영혼이 위로 받기를 거절하였도다
77:3 내가 하나님을 생각하고 불안하여 근심하니 내 심령이 상하도다 (셀라)
77:4 주께서 나로 눈을 붙이지 못하게 하시니 내가 괴로워 말할 수 없나이다
77:5 내가 옛날 곧 이전 해를 생각하였사오며
77:6 밤에 한 나의 노래를 기억하여 마음에 묵상하며 심령이 궁구하기를
77:7 주께서 영원히 버리실까, 다시는 은혜를 베풀지 아니하실까
77:8 그 인자하심이 길이 다하였는가, 그 허락을 영구히 폐하셨는가
77:9 하나님이 은혜 베푸심을 잊으셨는가, 노하심으로 그 긍휼을 막으셨는가 하였나이다(셀라)
고난 속에서 밤새도록 탄식하며 기도하지만, 하나님께 위로받지 못하고 마음은 오히려 더욱 혼란에 빠진다. 과거에 받았던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해 보지만, 지금의 상황과 이질적이라 오히려 더 괴롭다. 하나님은 이제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인지, 나와 한 약속은 잊으신 것인지, 하나님은 이제 나에게 성실하지 않으신 것인지, 의심과 혼란만 깊어진다. 과거 나에게 베푸신 은혜와 지금의 고통이 대조적이어서, 하나님이 변하신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이것은 실재가 아니라 상대적 지각의 문제일 것이다. 관찰자의 위치와 속도에 따라 시간과 공간의 경험이 달라진다는 것이 상대성 이론이다. 신앙의 인식도 위치와 속도의 좌표 위에서 오해하고 왜곡될 수 있다. 하나님이 변하신 것이 아니라, 고난이라는 상황이 정신과 육체를 압박하여 하나님을 인식하는 방식을 바꾼 것이다. 어둠 속에 있을 수 있지만 빛이 사라진 것이 아니다. 갇혀있는 위치에서 잠시 빛이 보이지 않을 뿐이다.
신약 시대에도 유대 기독교인들이 겪는 신앙적 혼란, 박해, 율법으로의 회귀 유혹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의심하는 사람들에게 히브리서는 하나님의 불변성을 전했다. 「예수 그리스도는 어제나 오늘이나 영원토록 동일하시니라 히브리서 13:8」 신앙의 중심과 뿌리는 하나님의 변하지 않는 성품과 언약을 의심하지 않는 것에 있다. 감정은 주관적이고, 상황은 유동적이지만, 하나님의 진실함은 불변이다. 사람의 말과 상황과 조건에 따라 흔들리는 마음을 다 잡아야 하나님을 믿을 수 있다.
상황 따라 흔들리는 인식의 상대성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신앙이다. 중심이 없고 기준이 없는 인간은 상황에 따라 변하지만, 변하는 세상에도 변하지 않는 하나님의 말씀을 중심에 두고 사는 사람의 신앙은 변하지 않는다. 관찰자의 입장에 따라 현실이 달라 보이는 상대성을 극복하고 하나님의 시선에서 자신과 세계를 재해석할 수 있도록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 상황도 변하고, 인간도 변하지만, 믿음은 하나님께로 끊임없이 돌아가는 여정이다. 77편의 혼란의 노래는 변하지 않는 하나님에 대한 고백으로 다시 돌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