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 87:1~7
87:1 그 기지가 성산에 있음이여
87:2 여호와께서 야곱의 모든 거처보다 시온의 문들을 사랑하시는도다
87:3 하나님의 성이여 너를 가리켜 영광스럽다 말하는도다(셀라)
87:4 내가 라합과 바벨론을 나를 아는 자 중에 있다 말하리라 보라 블레셋과 두로와 구스여 이도 거기서 났다 하리로다
87:5 시온에 대하여 말하기를 이 사람, 저 사람이 거기서 났나니 지존자가 친히 시온을 세우리라 하리로다
87:6 여호와께서 민족들을 등록하실 때에는 그 수를 세시며 이 사람이 거기서 났다 하시리로다(셀라)
87:7 노래하는 자와 춤추는 자는 말하기를 나의 모든 근원이 네게 있다 하리로다
시온은 한 민족의 중심지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성경이 말하는 시온은 하나님의 구원이 시작되고 열방으로 확장되는 영적 중심이다. 라합, 바벨론, 블레셋, 두로, 구스가 등장하는데 라합은 이집트를 말하는 것이다. 그러니 이들은 모두 이방이다. 그런데 시인은 그들이 시온에서 났다고 말하고 있다. 즉 시온이 민족적 개념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다. 누구나 시온의 시민이 될 수 있다는 보편적 구원관이다. 시온은 하나님의 선택과 구원의 보편성이 조화하는 공동체 정신이어야 한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선택하신 것은, 그들만을 구원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이스라엘은 축복의 통로, 구원의 출발점으로 부름받은 것이고, 하나님은 그들을 통해 열방이 복을 받게 하실 계획을 세우셨다. 하나님의 선택은 인간에게 주어진 특권이 아니라, 책임과 사명이 따르는 특별한 부르심과 보내심이었다.
구약을 복음의 관점에서 읽지 않으면 성경 전체의 흐름이 끊기고, 신약과 교회의 정체성도 혼란스러워진다. 민족주의적으로 읽거나 문자적으로만 해석할 때 율법주의, 유대주의로 흐르는 모순을 낳게 된다. 반대로 구약 없이 신약만 읽을 때, 복음은 역사와 인간의 이해라는 근거를 놓치고 피상적인 것으로 흐르기 쉽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시온은 더 이상 지리적 예루살렘이 아니다. ‘시온에서 났다’는 말은 곧 그리스도 안에서 거듭났다는 말이다. 시온의 역사성을 부정하지 않는다. 시온은 분명히 복음의 토양이 되었지만 그 의미는 그리스도 안에서 확장되고 보편화 되었다. 복음성가에서 자주 등장하는 ‘예루살렘’이라는 표현이 현대 국가 이스라엘의 수도 혹은 민족주의적 종말론의 상징으로 오해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교회가 이스라엘을 폐기하고 대체한 것이라는 말이 아니다. 그리스도의 복음 안에서 유대인과 비유대인 즉 모든 사람이 함께 한 몸을 이루는 새 공동체로 세워진 것이다. 교회는 영적 이스라엘이고 교회는 시온의 성취된 형태이다. 시온의 주소는 지금 여기 그리스도 안에 있고, 우리가 속한 교회가 이웃을 구원으로 인도하고 있는 현장이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