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서 3:21~31
3:21 이제는 율법 외에 하나님의 한 의가 나타났으니 율법과 선지자들에게 증거를 받은 것이라
3:22 곧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말미암아 모든 믿는 자에게 미치는 하나님의 의니 차별이 없느니라
3:23 모든 사람이 죄를 범하였으매 하나님의 영광에 이르지 못하더니
3:24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구속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은혜로 값 없이 의롭다 하심을 얻은 자 되었느니라
3:25 이 예수를 하나님이 그의 피로 인하여 믿음으로 말미암는 화목 제물로 세우셨으니 이는 하나님께서 길이 참으시는 중에 전에 지은 죄를 간과하심으로 자기의 의로우심을 나타내려 하심이니
3:26 곧 이 때에 자기의 의로우심을 나타내사 자기도 의로우시며 또한 예수 믿는 자를 의롭다 하려 하심이니라
3:27 그런즉 자랑할 데가 어디뇨 있을 수가 없느니라 무슨 법으로냐 행위로냐 아니라 오직 믿음의 법으로니라
3:28 그러므로 사람이 의롭다 하심을 얻는 것은 율법의 행위에 있지 않고 믿음으로 되는줄 우리가 인정하노라
3:29 하나님은 홀로 유대인의 하나님 뿐이시뇨 또 이방인의 하나님은 아니시뇨 진실로 이방인의 하나님도 되시느니라
3:30 할례자도 믿음으로 말미암아 또는 무할례자도 믿음으로 말미암아 의롭다 하실 하나님은 한 분이시니라
3:31 그런즉 우리가 믿음으로 말미암아 율법을 폐하느뇨 그럴 수 없느니라 도리어 율법을 굳게 세우느니라
신약성경의 율법이라는 말은 고대 이스라엘 사회를 지탱하던 정치·종교적 규범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인간이 자기 힘으로 하나님 앞에 의롭다 함을 얻고자 세워 온 모든 제도와 규율, 그리고 스스로를 지키려는 의지를 포괄하는 것이다. 그 열심도 순수한 것이 아니었고, 본래 가당치 않는 것이었으며, 지금도 여전히 불가능한 것이다. 인간의 본성은 죄의 상태에서 벗어난 적이 없고, 그 안에서는 의가 산출되지 않는다. 그래서 하나님은 그것을 요구하지 않으셨다. 그것은 실망이나 포기가 아니라, 인간 존재의 한계를 분명히 드러내시는 방식이었다. 인간은 “저 인간보다는 내가 낫다”는 상대적 의를 추구했지만, 하나님은 그 길을 닫으시고 전혀 다른 길을 여셨다. 그 길 말고 다른 길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그 길은 율법 밖에서 일어나고 성취된 하나님의 의, 곧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이었고, 그것은 인간의 행위를 배제해야만 한다는 전제가 있었다. 그래서 구원의 조건은 오직 믿음이다. 구원은 믿음을 통해서만 주어진다. 그러므로 믿음을 정의해야 한다. 믿음이라는 것은 감정이나 비이성적인 태도가 아니다. 믿음은 인간의 성찰과 내적 깊이를 통해 열리는 가장 고귀한 능력이다. 그것은 스스로 만들어 내는 것도 아니다. 하나님이 은혜의 통로로 주시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죄 아래 있으므로 아무도 하나님의 영광에 이를 수 없지만, 영문 밖 그리스도의 십자가에서 하나님은 공의와 사랑을 동시에 드러내셨다. 죄를 심판하면서도 죄인을 의롭다 하시는 모순 같은 일이 십자가에서 완성된 것이다. 이 무리하면서도 완전한 법적 해결의 근거는 하나님의 사랑이다. 하나님은 스스로 인내하시고, 스스로 고통을 짊어지시고, 스스로 피 흘리심으로 이 일을 이루셨다.
그러므로 인간은 자랑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아니, 자랑은 할 수 있다. 예수 그리스도를 자랑할 수 있다. 다만 그것이 당연한 듯 당당할 수는 없다. 누군가가 대신 죽음으로써 살아남은 인간이 누구 앞에서 당당할 수 있겠는가. 이 구원은 깨달은 자에 의해서 다음 깨달을 자에게로 넘어가 다시 구원을 낳을 것이다. 그것이 선교이고, 그 사이에서 일하는 것은 예외 없이 믿음이다. 그 믿음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 사람들에 의해서 전해질 것이다. 그렇게 전해진 믿음을 통해 하나님은 유대인의 하나님만이 아니라 이방인의 하나님으로 나타나신다. 믿음은 율법을 폐하는 것이 아니라 완성한다. 인간이 잘못했을 뿐, 율법은 잘못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율법의 궁극적 목적은 인간을 초월하는 무엇이 아니라 가장 인간다운 것이었다. 복음 안에서 사는 것이 구원받은 삶이고, 그것이야말로 가장 인간다운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