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서 15:14~21
15:15 그러나 내가 너희로 다시 생각나게 하려고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은혜를 인하여 더욱 담대히 대강 너희에게 썼노니
15:16 이 은혜는 곧 나로 이방인을 위하여 그리스도 예수의 일군이 되어 하나님의 복음의 제사장 직무를 하게 하사 이방인을 제물로 드리는 그것이 성령 안에서 거룩하게 되어 받으심직하게 하려 하심이라
15:17 그러므로 내가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의 일에 대하여 자랑하는 것이 있거니와
15:18 그리스도께서 이방인들을 순종케 하기 위하여 나로 말미암아 말과 일이며 표적과 기사의 능력이며 성령의 능력으로 역사하신 것 외에는 내가 감히 말하지 아니하노라
15:19 이 일로 인하여 내가 예루살렘으로부터 두루 행하여 일루리곤까지 그리스도의 복음을 편만하게 전하였노라
15:20 또 내가 그리스도의 이름을 부르는 곳에는 복음을 전하지 않기로 힘썼노니 이는 남의 터 위에 건축하지 아니하려 함이라
15:21 기록된바 주의 소식을 받지 못한 자들이 볼 것이요 듣지 못한 자들이 깨달으리라 함과 같으니라
바울은 자신을 ‘이방인을 제물로 드리는 복음의 제사장 직무’를 맡았다고 했다. 자신을 ‘복음을 전하는 전도자’라고 표현하지 않고, ‘이방인을 위하여 예배로 드리는 제사장’이라고 표현한 것은 자신이 전도하고 교육한 이방인이 복음으로 변화되어 12장에서 말했던 하나님께 드려지는 ‘산 제물’이 된다는 뜻일 것이다. 유대 세계관이 없는 이방인을 전도하여 그들을 산 제물로 올려드리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수고가 필요했을까.
나는 한국 CCC의 김준곤 목사가 민족복음화의 구호 앞에 구름처럼 모여든 당시 청년들을 향해서 “나는 여러분들을 모두 하나님께 산 제사로 드리고 싶소”라고 말하던 설교를 인상적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 말은 로마서 12장 1절을 인용한 것이고, 바울의 호소를 다시 웅변한 것이기도 하다. 바울이 ‘이방인을 복음의 제물로 드리는 제사장’으로 자신을 인식했듯, 김준곤 목사는 ‘시대의 청년들을 하나님께 올려드리는 산 제사’로 삼고자 했을 것이다.
나는 김준곤 목사가 자기 사역의 성취를 위하여 사람을 수단으로 삼았던 분이 아니었다고 믿고 있다. 그렇기에 순수하게 하나님을 위하여 수많은 젊은이들에게 순종과 헌신을 요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야 청년들이 거룩한 산 제사로 나갈 수 있었을테니까. 헌신의 등을 보지 않고 헌신하는 경우는 없는 것 같다. 헌신자에게서 헌신자가 나오는 것이 철칙이다. 바울에게서, 김준곤 목사에게서 복음을 위해 헌신하는 헌신자는 끊임없이 나왔다.
제사장이 제물을 아껴서 그것을 잡아 드리지 않는다면, 그는 착한 제사장이 아니라, 오히려 악한 제사장이다. 하나님의 영광보다 인간의 사정을 우선하여, 희생과 헌신의 도전을 주지도 않고, 거룩한 산 제사의 거룩한 부담은 주지도 못하는 나 같은 목사는 바울의 웅변을 흉내내기도, 로마서를 끝까지 읽어내기도 버겁다. 사람들이 거룩한 산 제사로 살지 않는 것은, 헌신을 귀로 들었을 뿐, 거룩한 산 제사로 사는 것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