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T

마태복음
5:8 마음이 청결한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하나님을 볼 것임이요

 


저녁을 먹고 산책을 나갔다. 여름 끝에 비가 내리더니 성큼 가을이 찾아왔고 세상은 한결 청결해졌다. 시원하다 못해 추운 바람이 불었고 길가에는 코스모스가 바람에 흔들거렸다. 더위에 짓무른 나에게 가을바람은 마치 천국에서 날아오는 천사 같았다. 사랑스러운 들꽃에게 미소를 주지 않을 수 없었다. 요한복음 3장 16절의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에서 「세상」은 우주를 뜻하는 「코스모스(cosmos)」의 어원인 헬라어 「코스모스(κόσμος)」이다. 그러니 요한복음 3장 16절은 「하나님이 코스모스를 이처럼 사랑하사」이다. 하나님은 태초의 「혼돈(카오스,χάος)」에서 「우주(코스모스,κόσμος)」의 질서를 창조하셨지만, 코스모스가 어떤 이유로 가을의 꽃이름이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가을바람에 흔들리는 코스모스가 「세상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이유로 코스모스라고 불릴 자격을 주기로 했다.

 

가을 저녁을 걷다가 팔복 중에 가을을 닮은 것 같은 여섯째 복을 생각했다. 「마음이 청결한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하나님을 볼 것임이요 마태복음 5:8」 이 말씀에는 공간과 울림이 있다. 「청결」의 헬라어는 「카타로스,καθαρός」이고 이것에서 영어의 카타르시스 「catharsis」가 왔다. 아리스토텔레스를 들먹이지 않아도 우리는 카타르시스가 무엇인지 안다. 내재된 슬픔과 고통을 눈물로 씻어내면 그것을 통해서 마음을 깨끗하게 정화한다. 그러면 가을 하늘과 같이 청결한 마음이 될 것이다. 카타르시스의 눈물을 흘린 눈망울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카타로스의 청결한 복을 받는 사람은 코스모스의 가을에 카타르시스의 눈물을 흘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닐까. 「마음이 청결한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하나님을 볼 것임이요」 하나님을 보고 싶은 사람, 가을 하늘 아래 기쁜 눈물을 흘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