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 묵상 【양심을 살리는 기적】 20250127(월) 에다가와 사랑의교회 조용길 목사

예수님이 감람산에 계실 때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이 간음하다 잡힌 여자를 예수님에게 데려와 율법에 따라 여자를 돌로 쳐야 한다고 말합니다. 예수님은 몸을 굽히셔서 땅에 무언가를 쓰시고는 죄 없는 자가 먼저 돌을 던지라고 말씀하십니다. 이에 사람들이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하나씩 떠나가고 예수님과 여자만 남았습니다. 예수님도 여자를 정죄하지 않으시고 다시는 죄를 범하지 말라고 말씀하시며 그 여인을 보내주십니다.

유대인들이 간음한 여인을 예수님께 데려온 것은 유대 율법과 로마법 사이의 모순을 이용해서 예수님을 곤경에 처하게 하려는 함정이었습니다. 레위기와 신명기에서 간음한 여자는 돌로 처형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당시 사형집행권은 로마가 가지고 있었으므로 예수님이 유대 율법을 옹호하면 로마에 대해서 월권하는 하는 것이 되고 그 반대를 택하면 율법을 어기는 딜레마에 빠지는 것입니다. 

여인은 유대인들의 이러한 공작에 휘말린 피해자일지도 모릅니다. 간음한 남자는 잡혀 오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간음의 상대인 남성은 여성을 간음 현행범으로 체포하기 위해 접근한 미끼였을지도 모릅니다. 이런 상상이 가능하다면 이 사건은 연정에 의한 불륜과 간음을 저지른 것이 아니고 생계형 성매매였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지 않고는 유대인들이 필요한 시간에 그리고 예수님이 계신 현장에 간음 현행범을 잡아 올 수는 없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예전부터 이 본문을 읽을 때마다 몇 가지 의문이 있었습니다. 먼저는 예수님이 허리를 굽히고 손가락으로 땅에 쓴 것이 무엇이었을까? 손가락으로 땅에 썼으니 분명히 자세한 서술을 쓴 것은 아닐 것입니다. 어떤 내용이고 누구에게 보내는 메시지였을까? 그리고 예수님에게 적대적이던 유대인들이 어떤 이유로 돌을 놓고 순순히 돌아간 것일까? 그것은 예수님이 땅에 쓴 것과 관련이 있는 것일까? 

분명한 것은 예수님이 땅에 무언가를 쓰고 나서 사람들의 자세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입니다. 모함하고 함정에 빠뜨리기 위해서 모였던 사람들이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돌아갔습니다. 그 과정에서 예수님은 죄 없는 사람부터 돌을 던지라고 했습니다. 편향되고 선동되고 과열된 사람이라면 주저 없이 돌을 집어 들어 던졌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은 그러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예수님이 땅에 쓰신 그 무엇인가를 보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부터 그 죄를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나이 많은 사람들 순서대로 다 돌아가고 제일 마지막에 젊은 사람들이 돌아갔습니다. 땅에 쓴 것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본문 안에 있는 몇 가지 단서를 생각해 볼 때 인간의 양심이 살아 나올 수만 있다면 망하지는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이 여인은 유대인들의 정치적 음모에 휘말린 희생양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정치적인 공작, 비열한 방해, 폭력과 파괴의 세상 가운데서도 양심 하나 살아나올 수 있다면 망하지 않고 이길 수 있습니다. 예수님이 땅에 손으로 쓰신 것은 무엇인지 모르지만 그것은 틀림없이 그 사람들의 양심을 깨우는 것이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양심에 찔림이 없는 사람이 가장 불행한 사람입니다. 그들은 함정을 파다가 자기 함정에 빠질 것입니다. 마음에 찔림을 받고 양심의 가책을 받은 사람은 들고 있던 돌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양심이 돌아오면 전투적이고 폭력적이었던 사람들의 제정신도 돌아올 것입니다. 하나님의 자비와 구원을 생각하고 함께 살아야 한다는 가치가 무엇인지도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이것은 간음해도 용서받는다는 교훈이 아니라 양심만 살아있어도 죽을 사람 살릴 수 있다는 교훈으로 읽었습니다. 이것은 예수님이 일으킨 또 하나의 기적 이야기이고 그 기적은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하는 기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