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수기 35:22~34
35:22 원한 없이 우연히 사람을 밀치거나 기회를 엿봄이 없이 무엇을 던지거나
35:23 보지 못하고 사람을 죽일 만한 돌을 던져서 죽였다 하자 이는 원한도 없고 해하려 한 것도 아닌즉
35:24 회중이 친 자와 피를 보수하는 자 간에 이 규례대로 판결하여
35:25 피를 보수하는 자의 손에서 살인자를 건져 내어 그가 피하였던 도피성으로 돌려 보낼 것이요 그는 거룩한 기름 부음을 받은 대제사장의 죽기까지 거기 거할 것이니라
35:26 그러나 살인자가 어느 때든지 그 피하였던 도피성 지경 밖에 나갔다 하자
35:27 피를 보수하는 자가 도피성 지경 밖에서 그 살인자를 만나 죽일지라도 위하여 피 흘린 죄가 없나니
35:28 이는 살인자가 대제사장의 죽기까지 그 도피성에 유하였을 것임이라 대제사장의 죽은 후에는 그 살인자가 자기의 산업의 땅으로 돌아갈 수 있느니라
35:29 이는 너희 대대로 거하는 곳에서 판단하는 율례라
35:30 무릇 사람을 죽인 자 곧 고살자를 증인들의 말을 따라서 죽일 것이나 한 증인의 증거만 따라서 죽이지 말 것이요
35:31 살인죄를 범한 고살자의 생명의 속전을 받지 말고 반드시 죽일 것이며
35:32 또 도피성에 피한 자를 대제사장의 죽기 전에는 속전을 받고 그의 땅으로 돌아가 거하게 하지 말 것이니라
35:33 너희는 거하는 땅을 더럽히지 말라 피는 땅을 더럽히나니 피 흘림을 받은 땅은 이를 흘리게 한 자의 피가 아니면 속할 수 없느니라
35:34 너희는 너희 거하는 땅 곧 나의 거하는 땅을 더럽히지 말라 나 여호와가 이스라엘 자손 중에 거함이니라
하나님은 실수로 사람을 죽인 사람이 도망갈 수 있도록 도피성을 두셨지만, 도피성이라고 완전한 치외법권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고의성 여부가 밝혀지기까지 피해자 가족의 복수를 제한하고, 피의자를 보호하여, 공정한 재판을 보장하기 위한 유예 공간이었다. 어떤 사람이 도피성에 들어갔더라도, 그가 고의적 살인을 저질렀다는 것이 입증되는 순간, 그는 반드시 죽어야 했다. 도피성은 진실이 규명되기까지 격리하는 제도로 지금으로 말하면 구속 전 보호조치 같은 것이었다.
법의 궁극적인 목적은 형벌의 집행에 있지 않다. 함께 살아가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법은 공동체 질서와 공공의 안전에 대한 공적 책임을 묻는다. 죄는 개인의 도덕적 실패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므로 공공정의의 실현이라는 목적에서 작동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래서 법은 엄중해야 하는 것이고, 개인이 자신의 자유와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법을 지켜야만 한다.
현대 한국과 일본의 법정신은 성경적 가치를 반영하고 있다. 한국 제헌헌법은 기독교적 자연법 사상과 미국식 자유민주주의 헌정 모델을 적극 수용했다. 헌법 제10조에 규정된 인간의 존엄과 행복추구권은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된 존엄한 존재라는 성경적 인류관을 반영한 것이다. 일본 헌법도 미국 수정헌법의 인권 조항과 기독교적 자유주의 전통에 따라 제정되었다. 미국 독립선언서의 창조주로부터 부여받은 생명·자유·행복의 권리를 헌법 조문에 반영한 것이다.
미국 헌법 또한 그 상류에는 유럽의 기독교 정신, 특히 종교개혁을 통해 회복된 성경 중심의 인간관이 있다. 그러니 우리 헌법은 기독교 세계관에서 비롯된 인간 존엄과 공공정의의 산물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적어도 한국인과 일본인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믿든 믿지 않든 하나님의 질서 안에서 하나님의 다스림을 받고 있다. 법은 은혜와 별개의 것이 아니다. 법은 하나님의 정의가 세속 질서를 통해 드러나는 하나님의 언어이고, 창조주 앞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거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