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 76:1~12
76:1 하나님이 유다에 알린 바 되셨으며 그 이름은 이스라엘에 크시도다
76:2 그 장막이 또한 살렘에 있음이여 그 처소는 시온에 있도다
76:3 거기서 저가 화살과 방패와 칼과 전쟁을 깨치시도다(셀라)
76:4 주는 영화로우시며 약탈한 산에서 존귀하시도다
76:5 마음이 강한 자는 탈취를 당하여 자기 잠을 자고 장사는 자기 손을 놀리지 못하도다
76:6 야곱의 하나님이여 주께서 꾸짖으시매 병거와 말이 다 깊은 잠이 들었나이다
76:7 주 곧 주는 경외할 자시니 주께서 한번 노하실 때에 누가 주의 목전에 서리이까
76:8 주께서 하늘에서 판결을 선포하시매 땅이 두려워 잠잠하였나니
76:9 곧 하나님이 땅의 모든 온유한 자를 구원하시려고 판단하러 일어나신 때에로다(셀라)
76:10 진실로 사람의 노는 장차 주를 찬송하게 될 것이요 그 남은 노는 주께서 금하시리이다
76:11 너희는 여호와 너희 하나님께 서원하고 갚으라 사방에 있는 모든자도 마땅히 경외할 이에게 예물을 드릴지로다
76:12 저가 방백들의 심령을 꺾으시리니 저는 세상의 왕들에게 두려움이시로다
시편 76편에서 하나님은 시온에서 임재하시는 영광의 왕이시며, 인간의 전쟁을 멈추게 하시는 평화의 주권자이시며, 교만한 자를 꺾으시는 공의의 재판장이시다. 구원의 하나님을 찬송하는 노래이면서 한편, 모든 인간이 하나님 앞에 설 때의 두려움을 가져야 하는 긴장감을 함께 전한다. 여기서 우리는 두려운 마음으로 누가 교만한 사람인지, 어떤 사람이 교만한 사람인지를 물어야 한다.
어떤 사람이 교만한 사람인가? 무례하며, 거들먹거리며, 자기 자랑이나 일삼는 사람은 치기 어린 사람이지 교만한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 교만한 사람은 예의바르고 정중하고 매너있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겸손해 보이는 언행은 교만한 사람들이 잘 사용하는 테크닉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겸손을 가장한 고도의 교만, 이는 인간이 연출해낸 종교적·도덕적 가면 중 가장 정교한 것이다. 드러나는 태도만으로는 겸손과 교만을 구분할 수 없다는 말이다.
교만은 훨씬 본질적이고 근원적인 것이어서 하나님을 믿든 믿지 않든 자신의 자리, 자신의 주제, 인간의 한계와 허무가 무엇인지 모르는 상태, 곧 피조물임을 망각하고, 창조주의 주권을 침범하려는 내면의 어리석음을 말한다. 교만한 자는 자신의 존재가 의존적이라는 사실을 모른다.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이런 사람은 자신보다 열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멸시하고 차별한다. 그래서 교만과 어리석음은 한 몸이다.
교만한 사람은 하나님을 모르기에 자신에 대해서도 모르고, 겸손한 사람은 하나님을 두려워하므로 자신이 누구인지 아는 사람이다. 시편에 일관되게 등장하는 악인, 곧 교만한 인간이란, 자신의 존재를 하나님 앞에 두지 않는 사람, 하나님을 부정하고 살아가는 모든 사람이다. 인간이 자신의 최선인 무기를 버리고, 자랑하고 싶던 혀를 멈추고 하나님을 인정할 때 그때 비로소 겸손은 시작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