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겔 12:17~28
12:17 여호와의 말씀이 또 내게 임하여 가라사대
12:18 인자야 너는 떨면서 네 식물을 먹고 놀라고 근심하면서 네 물을 마시며
12:19 이 땅 백성에게 말하되 주 여호와께서 예루살렘 거민과 이스라엘 땅에 대하여 이르시기를 그들이 근심하면서 그 식물을 먹으며 놀라면서 그 물을 마실 것은 이 땅 모든 거민의 강포를 인하여 땅에 가득한 것이 황무하게 됨이라
12:20 사람의 거하는 성읍들이 황페하며 땅이 황무하리니 너희가 나를 여호와인 줄 알리라 하셨다 하라
12:21 여호와의 말씀이 또 내게 임하여 가라사대
12:22 인자야 이스라엘 땅에서 이르기를 날이 더디고 모든 묵시가 응험이 없다 하는 너희의 속담이 어찜이뇨
12:23 그러므로 너는 그들에게 이르기를 주 여호와의 말씀에 내가 이 속담을 그치게 하리니 사람이 다시는 이스라엘 가운데서 이 속담을 못하리라 하셨다 하고 또 그들에게 이르기를 날과 모든 묵시의 응함이 가까우니
12:24 이스라엘 족속 중에 허탄한 묵시나 아첨하는 복술이 다시 있지 못하리라 하라
12:25 나는 여호와라 내가 말하리니 내가 하는 말이 다시는 더디지 아니하고 응하리라 패역한 족속아 내가 너희 생전에 말하고 이루리라 나 주 여호와의 말이니라 하셨다 하라
12:26 여호와의 말씀이 또 내게 임하여 가라사대
12:27 인자야 이스라엘 족속의 말이 그의 보는 묵시는 여러 날 후의 일이라 그가 먼 때에 대하여 예언하는도다 하나니
12:28 그러므로 너는 그들에게 이르기를 주 여호와의 말씀에 나의 말이 하나도 다시 더디지 않을지니 나의 한 말이 이루리라 나 주 여호와의 말이니라 하셨다 하라
에스겔은 한 편의 연극처럼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 떨리는 손으로 식사를 하고, 근심으로 가득 찬 눈으로 물을 마신다. 침묵하고 있지만 몸짓은 큰 소리로 외치고 있다. 일상을 당연하게 여기지 말고, 지금 자신의 영적 좌표를 점검하고 두려워 해야 한다. 심판은 환상이 아닌 실제적 고통이 될 것이며, 하나님의 말씀은 허투루 지나가지 않는다.
그러나 이스라엘 백성은 무책임하고 둔감하다. “날이 더디고 묵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잠시 긴장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하나님에 대한 인식을 스스로 수정한다. 하나님은 겁을 주시지만 실제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굳이 긴장하거나 일상을 뒤흔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종교적 관성에 따라 살아가는 사람들, 관성이란, 외부의 힘이 작용하지 않으면 현재의 운동 상태를 계속 유지하려는 성질이다. 그들은 멈추지 않는다. 멈출 생각도 하지 않는다.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을 것이라고 믿는다. 멈추어 서서 자신을 돌아보지 않는다. 언젠가 멈추어 서야 한다는 것을 애써 기억하지 않고 산다.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지 못하고 묻지도 않는다. 그저 살던 대로 흘러간다. 삶의 이슈는 하루를 무탈하게 사는 것뿐이다. 그들에게 하나님은 자신의 필요에 따라 나타났다가, 자신의 요구에 따라 퇴장하기도 하는 존재, 곧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대상이다.
하나님은 단호하게 말씀하신다. “나는 여호와라. 내가 말하리니, 내가 하는 말이 다시는 더디지 아니하고 반드시 응하리라. 패역한 족속아, 내가 너희 생전에 말하고 그대로 이루리라 12:25” 하나님의 말씀을 왜곡하니 하나님이 바로 잡으신다. 더디게 느껴졌던 것은, 하나님께서 조금 더 기다리신 심판의 유예였을 뿐이다. 긴장하지 않는 사람, 긴장하지 못하는 사람은 어제의 방향성, 그 관성 속에서 심판의 날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에스겔의 몸짓, 밥을 먹고 물을 마시는 것은, 일상적이고 평범한 삶의 행위이다. 밥을 먹고 물을 마실 수 있는 일상의 현장에서 정신을 차리라는 메시지이다. 끌려간 바벨론에서 그렇게 먹고 마시게 될 것이다.
우리는 매일 식탁 앞에서 기도한다. 식사기도에서 영적 긴장감을 기도한 적이 없고, 그런 기도를 들은 적도 거의 없는 것 같다. 식사기도하는 것만으로 경건이라 여긴다. 어쩌면 그것도 의미를 담지 않은 관성일지도 모른다. 소중한 일상이 깨어질 수 있다는 시급한 종말론적 긴장감을 가지고 멈추어 서야 한다. 허망한 관성의 운동을 멈추고 하나님의 궤도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