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T

예레미야 37장 1-10절
37:1 요시야의 아들 시드기야가 여호야김의 아들 고니야를 대신하여 왕이 되었으니 이는 바벨론 왕 느부갓네살이 그로 유다 땅의 왕을 삼음이었더라
37:2 그와 그 신하와 그 땅 백성이 여호와께서 선지자 예레미야로 하신 말씀을 듣지 아니하니라
37:3 시드기야왕이 셀레먀의 아들 여후갈과 마아세야의 아들 제사장 스바냐를 선지자 예레미야에게 보내어 청하되 너는 우리를 위하여 우리 하나님 여호와께 기도하라 하였으니
37:4 때에 예레미야가 갇히지 아니하였으므로 백성 가운데 출입하는 중이었더라
37:5 바로의 군대가 애굽에서 나오매 예루살렘을 에워쌌던 갈대아인이 그 소문을 듣고 예루살렘에서 떠났더라
37:6 여호와의 말씀이 선지자 예레미야에게 임하여 가라사대
37:7 이스라엘의 하나님 나 여호와가 이같이 말하노라 너희를 보내어 내게 구하게 한 유다 왕에게 이르라 너희를 도우려고 나왔던 바로의 군대는 자기 땅 애굽으로 돌아가겠고
37:8 갈대아인이 다시 와서 이 성을 쳐서 취하여 불사르리라
37:9 나 여호와가 이같이 말하노라 너희는 스스로 속여 말하기를 갈대아인이 반드시 우리를 떠나리라 하지 말라 그들이 떠나지 아니하리라
37:10 가령 너희가 너희를 치는 갈대아인의 온 군대를 쳐서 그 중에 부상자만 남긴다 할지라도 그들이 각기 장막에서 일어나 이 성을 불사르리라

 

19세기 말 제국주의의 식민지 쟁탈의 소용돌이 안에 휘말려있던 조선은 무능했습니다. 고종은 일본을 피하기 위해 외세에 의지했지만, 청을 의지하면 청일전쟁에서 일본이 이겼고 러시아를 의지하면 러일전쟁에서 일본이 이겼습니다. 국제 정세를 읽어내지 못했습니다. 고종은 러시아가 이길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러시아는 200만 대군이었고 일본 상비군은 겨우 20만에 불과했습니다. 일본의 해군력은 러시아의 채 반도 되지 않았습니다. 일본은 러일전쟁에 총력을 퍼부었고 러시아는 질 수 없는 전쟁에서 어이없이 졌습니다. 한반도는 일본의 손안으로 넘어갔습니다. 청과 러시아와 일본은 서로 싸웠지만, 전쟁터는 한반도였고 최종적인 패자는 싸워보지도 못한 조선이었습니다. 러일전쟁 후 다급해진 고종은 다시 미국을 의지해보았지만, 미국은 조선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조선 말기에 망해가던 나라의 왕들, 순조, 헌종, 철종, 고종, 순종으로 이어지는 왕들은 유다의 요시야 왕 이후 나라가 망하기까지 여호아하스, 여호야김, 여호야긴, 시드기야와 닮았습니다. 어제까지 여호야김 시대의 이야기를 읽었으나 오늘 본문은 시드기야의 시대로 넘어옵니다. 그 사이에 여호야긴이 있는데 여호야긴은 여덞 살에 왕이 되어 석 달 동안 왕의 자리에 있었던 어린 왕입니다. 오늘 본문은 예루살렘에 다시 들어온 느부갓네살이 여호야긴을 폐위하고 시드기야를 꼭두각시 왕으로 세운 후의 이야기입니다. 후에 최종적으로 예루살렘에 파괴되었을 때 느부갓네살이 시드기야의 두 눈알을 뽑은 채 바벨론으로 끌고 간 것은 배신자에 대한 보복인 동시에 눈이 있어도 정세를 읽어내지 못하는 어리석은 왕에 대한 조소일 것입니다.

 

시드기야는 허수아비일 뿐이었습니다. 국내에는 여전히 바벨론에 반대하는 친 애굽 세력들이 있었고 심약하고 우유부단한 시드기야는 바벨론 왕 느부갓네살의 눈치와 국내 정치 세력의 눈치를 동시에 살필 수밖에 없었습니다. 친 애굽세력에게 굴복한 시드기야는 어쩔 수 없이 바벨론을 배신하게 되고 바벨론은 즉시 유다를 재침공하여 예루살렘을 포위했습니다. 그것이 오늘 본문입니다. 예레미야는 시드기야 왕에게 항복하라고 했지만, 자기가 무엇을 믿는지도 알지 못하는 정신없는 왕은 예레미야의 말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다만 예레미야에게 기도를 요청했습니다. 기도는 말씀 위에서 하는 것입니다. 말씀은 듣지 않고 기도만 부탁한다고 상황이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동맹의 이집트 군대가 유대로 들어오자 바벨론 군대가 잠시 물러가게 되는데 친 애굽 세력은 이것을 승리로 여겼습니다. 이집트 군대가 예루살렘을 돕기 위해 들어왔으니 곧 긴장이 해소되고 유다에 평화가 올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예레미야는 시드기야의 낙관론은 좌절시킵니다. 시드기야가 예레미야에게 기도를 요청한 후 예레미야에게 임했던 하나님의 말씀은 바벨론 군대가 전열을 다듬어 다시 올 것이고 혹 이집트가 도와 이긴다고 하여도 바벨론의 잔당들이 기어이 예루살렘을 정복할 것이라는 예언입니다. 그것이 시드기야의 기도에 대한 하나님의 응답입니다. 기도는 하나님을 내 생각 안에 구겨 넣는 것이 아니고 말씀을 듣고 내 생각을 바꾸어 내는 것이어야 합니다. 세계사적으로만 본다면 왕이 정세를 읽을 수 있었거나 또는 하나님의 말씀을 알아들을 수만 있었다면 백성들은 고통당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