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레미야 51:54~64
51:54 바벨론에서 부르짖는 소리여 갈대아인의 땅에 큰 파멸의 소리로다
51:55 이는 여호와께서 바벨론을 황폐케 하사 그 떠드는 소리를 끊으심이로다 그 대적이 많은 물의 요동함 같이 요란한 소리를 발하니
51:56 곧 멸망시키는 자가 바벨론에 임함이라 그 용사들이 사로잡히고 그들의 활이 꺾이도다 여호와는 보복의 하나님이시니 반드시 보응하시리로다
51:57 만군의 여호와라 일컫는 왕이 이같이 말씀하시되 내가 그 방백들과 박사들과 감독들과 관장들과 용사들로 취하게 하리니 그들이 영영히 자고 깨지 못하리라
51:58 만군의 여호와가 이같이 말하노라 바벨론의 넓은 성벽은 온전히 무너지겠고 그 높은 문들은 불에 탈 것이며 백성들의 수고는 헛 될 것이요 민족들의 수고는 불 탈 것인즉 그들이 쇠패하리라 하시니라
51:59 유다 왕 시드기야 사년에 마세야의 손자 네리야의 아들 스라야가 왕과 함께 바벨론으로 갈 때에 선지자 예레미야가 그에게 말씀을 명하니 스라야는 시종장이더라
51:60 예레미야가 바벨론에 임할 모든 재앙 곧 바벨론에 대하여 기록한 이 모든 말씀을 한 책에 기록하고
51:61 예레미야가 스라야에게 이르되 너는 바벨론에 이르거든 삼가 이 모든 말씀을 읽고
51:62 말하기를 여호와여 주께서 이곳에 대하여 말씀하시기를 이 땅을 멸하여 사람이나 짐승이 거기 거하지 못하게 하고 영영히 황폐케하리라 하셨나이다 하라
51:63 너는 이 책 읽기를 다한 후에 책에 돌을 매어 유브라데 하수속에 던지며
51:64 말하기를 바벨론이 나의 재앙 내림을 인하여 이같이 침륜하고 다시 일어나지 못하리니 그들이 쇠패하리라 하라 하니라 예레미야의 말이 이에 마치니라
51장에서 바벨론 멸망의 예언이 길고 길게 이어지는 가운데 오늘 본문에서는 시종장 스라야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때는 기원전 597년, 유다백성이 1차로 바벨론으로 끌려갔고 아직 시드기야가 바벨론을 배신하기 전입니다. 유다왕 시드기야가 봉신(封臣)의 신분으로 봉건군주 느부갓네살 왕을 알현하기 위해 바벨론으로 갈 때, 시종장 스라야는 시드기야를 수행했습니다.
왕의 시종장이니 행정부의 비서실장 정도의 지위가 되지 않겠습니까? 국가와 권력의 정도를 가늠하는 식견이 있었을 것입니다. 스라야가 도착해서 바라본 바벨론 성은 마치 불멸의 철옹성 같았습니다. 그 크기와 권세에 주눅이 들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스라야의 손에는 예레미아가 쥐어준 편지가 있었는데 예레미야는 스라야에게 1차 포로로 끌려갔던 유다백성들 앞에서 그것을 낭독하라고 했습니다. 세계를 제패하고 있던 바벨론의 권세는 하늘을 찌를듯 한데 예레미야가 준 편지의 내용은 바벨론의 멸망의 계시하고 있었습니다.
강성한 바벨론을 생각할 때 멸망을 상상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역사와 인생을 생각할 때 망하지 않는다는 것은 더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젊은이의 치명적인 실수는 늙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젊은 자는 늙고 강한 자는 약해지고 부한 자도 가난해집니다. 그러나 교만한 자는 망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유다가 망하기 전에 그랬듯이 근거 없는 낙관론은 문제의 본질을 깨닫지 못하게 합니다. 세상은 좋아질 것이고 인생은 형통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기 전에 세상과 인생은 하나님의 손안에서 허무한 것이라는 것을 먼저 깨달아야 합니다.
58절에서 예언하듯 백성들의 수고는 헛될 것이며 민족들의 수고는 불에 탈 것입니다. 그 크고 화려한 것들은 바벨론에 잡혀 왔던 포로들의 노역으로 쌓아 올린 것입니다. 하나님의 도성을 멸망시킨 바벨론, 그리고 그들에게 동원되어 일생 쌓아 올린 바벨론의 화려함이 무너지는 것을 자신들의 눈으로 보게 될 것입니다. 그 허망함을 보지 않고는 세상이 가진 힘의 실체가 무엇인지 알 수 없습니다.
서점에 가보면 성공하는 법을 일러주려는 자기 계발서가 많지만 우리에게 꼭 필요한 책은 망하는 이야기입니다. 망할 것을 알아야 살아야 할 길이 보이지 않겠습니까?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쇠망사』는 수백 년이 넘도록 읽히고 있습니다. 지혜자들은 로마가 흥했던 이유보다 망했던 이유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기 때문입니다.
예레미야는 그 책을 낭독하여 읽은 후에 돌에 매어 유브라데 강에 던지라고 했습니다. 낭독한 책을 강에 던지라고 한 것은 바벨론이 하나님의 재앙을 만나 가라앉을 것이고 다시는 떠오르지 못할 것을 상징하려는 것입니다. 계시록 18장에서도 「이에 한 힘센 천사가 큰 맷돌 같은 돌을 들어 바다에 던져 가로되 큰 성 바벨론이 이같이 몹시 떨어져 결코 다시 보이지 아니하리로다 21」라는 말씀을 읽을 수 있습니다.
돌은 강하지만 돌을 물에 던지면 돌은 침몰하여 물에서 빠져나올 수 없게 됩니다. 세상의 힘은 바위처럼 강하고 거대해 보이지만 물 속에 침륜하고 나면 다시는 떠오르지 못하는 무능한 것입니다. 인간의 탐욕과 어리석음은 강바닥에 가라앉지만 하나님의 역사의 강은 유유히 흘러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