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유학 시절에 긴 시간을 통학했다. 전철 안에서 생산적인 일을 하기 위해 책을 읽기도 하고 큐티를 하기도 하고 노트북을 열어 무언가 작업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경험상 잠자는 것이 가장 생산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노란색 소부센은 요람처럼 흔들렸고 나는 그 안에서 익숙하게 잠이 들었다. 벽에 머리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릴 때면 그것이 알람인 줄 알았고, 내릴 때 목이 말랐던 것은 입을 벌리고 잤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오가며 숙면하고 나면 밤에는 잠 못 들기 일쑤였다.

 

동경을 벗어날 즈음 전철에 타고 있던 사람들이 내리고 소부센은 동네를 내려다보며 달렸다. 잠을 자지 않는 날에도 노트북은 꺼내지 않았다. 그것에 생산성이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책은 항상 가지고 다녔지만, 지적 욕구보다 수면 욕구가 항상 우세했으므로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졸다가 일어나보면 창밖으로 세상과 시간이 달려가고, 자다 일어난 나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레일 위에서 멍을 때렸다.

 

그런데 그 시간에는 마치 바람이 일듯 전혀 다른 관점의 생각이 일어나곤 했다. 그래서 멍때리는 시간이 결코 멍청한 시간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뇌과학자들에 의하면 아무런 인지 활동을 하지 않을 때 뇌는 오히려 활성화된다고 한다. 그것을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라고 했다. 뇌가 필요 없는 정보는 삭제하고 유효한 경험과 정보를 정리한다는 것이다. 멍때려야 정보를 처리하고 디폴트로 돌아갈 수 있는가 보다. 수면과 휴식이 필요한 이유이다. 쉴 틈 없이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고 있는 것은 멍청한 일이지만, 하염없이 멍때리는 것은 오히려 스마트한 일이다. 12월이다. 한 해를 보내기 전에 【멍:때림】의 자리로 가야겠다.